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2)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편집자>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죽음까지 화제가 이르렀다. 필연적으로 언젠가 죽을 텐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한 친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폐를 끼치지 않고 안락사를 택하겠다고 한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사후세계를 다뤄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감동을 주었다. 40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6%가 가정 임종을 선호했다. 그 이유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17 Disney Pixar. All Rights Reserved.
어느 매체에서 40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생의 마지막 기간에 거주하고 싶은 장소가 어딘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응답자의 46%가 자택이라고 답해 가정 임종을 가장 선호했다. 다음으로 요양시설이 37.6%이었고 병원은 10.8%로 얼마 되지 않았다.
자택을 선호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었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병원에 있으면 가족을 볼 기회가 줄어들고 특히 중환자실의 경우 하루에 한두 차례 밖에 면회가 되지 않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마음대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점, 오래 살아서 집이 익숙한 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991년 부터 현재까지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증가하고 가정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사진 freepik]](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2/28/1f962e5a-f755-4872-9923-91b8cd0eba4f.jpg)
1991년 부터 현재까지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증가하고 가정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사진 freepik]
현실은 어떨까? 실제로는 병원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19년 동안 근무한 사람이 쓴 책이 있다.
책에는 그가 짊어진 후회와 회한의 기록이 많다.
일전에 모 대학 생명윤리연구소에서 주최한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관한 세미나에 다녀온 적이 있다.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위급상태에 빠지면 대개의 경우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도 삽관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
![간호사 출신 질 패로우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여 안락사 병원에서 주사요법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2/28/62e64210-06cb-4540-b8c8-517fa6320187.jpg)
간호사 출신 질 패로우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여 안락사 병원에서 주사요법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 [중앙포토]
2015년 8월에 비교적 건강한 영국의 70대 할머니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여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이제 막 언덕 꼭대기에 올랐다. 앞으로 내려가기만 할 뿐 더는 좋아지지 않는다. 보행기로 앞길을 막는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70살까지 난 매우 건강하다고 느꼈고, 원하는 어떤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여전히 바쁘고 쓸모가 있다고 느꼈다.
그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삶을 상상하는 것이 괴로웠을 것이다.
스위스와 같은 안락사 제도를 채택한 나라가 과거에는 극소수뿐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비교적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환자는 어디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가정 호스피스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사진 freepik]](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2/28/40f7dfd4-568c-4262-838e-f14dd9ee9d18.jpg)
환자는 어디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가정 호스피스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사진 freepik]
우선 어디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고통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통증만 조절할 수 있어도 인간적인 죽음, 고통 없는 죽음이 가능하다.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메타돈. 통증 완화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은 중독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므로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1인 사용량을 높여야 한다. [AP=연합뉴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2/28/eba703ac-96b5-45b4-987e-3583ea914f8d.jpg)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메타돈. 통증 완화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은 중독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므로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1인 사용량을 높여야 한다. [AP=연합뉴스]
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을까?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고 중독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셋째, 호스피스 완화의료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자의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은 꼭 부정적이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생에서 맞게 되는 마지막 경험이자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2/28/2d9854cc-01c5-48c7-8d5b-b0725930c553.jpg)
죽음은 꼭 부정적이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생에서 맞게 되는 마지막 경험이자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중앙포토]
죽음은 생에서 맞게 되는 마지막 경험이자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죽음이 우리가 생각하듯 꼭 부정적이며 나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주교 회의는 잘 죽는 기술(Art of Dying Well)을 홈페이지에 올려 생애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이들에게 종교적 위로를 주면서 또한 실제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내용은 중세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삶의 끝 문제를 생각하는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식탁 위에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죽음에 관해 침묵하는 문화를 해소하면 죽어가는 환자가 가지는 공포를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 삶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말했다. [사진 freepik]](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2/28/4412f6fe-53bb-4226-8d1c-fa8ea97d7fbe.jpg)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 삶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말했다. [사진 freepik]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 삶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했다.
만약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하겠는가.
그동안 나를 위해 많은 생명이 죽어갔듯이 이제는 다른 생명을 위해 내가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은퇴를 준비하며 죽음을 성찰하다 보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된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manjoy@naver.com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밥 먹으면서 죽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